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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미필적고의, 인식있는 과실)

따뜻한 콧물 2020. 11. 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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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1995.1.24. 선고 941949 판결

 

피고인 P는 택시운전자로서 1994년 3월 5일에 택시를 운전하고 대천시 대천동 소재 경남사거리 교차로에 이르렀다. 이 때 학생들의 학교주변 정화의 날 가두캠페인 행사와 관련하여 정복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대천경찰서 교통계 소속 의무경찰 A가 대천역 방면으로 직진하려는 피고인 운전의 택시를 발견하고 P에게 약 7미터 전방에서 수신호로 직진할 수 없음을 고지하고 좌회전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P는 그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고 신경질을 내면서 계속 직진하여 와서 위 택시를 세우고는 다시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잠깐 직진하겠다”고 항의하였다. 이에 A가 피고인 택시의 진행을 막기 위하여 위 택시 약 30센티미터 전방에 서서 행사관계로 직진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P가 신경질적으로 갑자기 좌회전하는 바람에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A의 우측 무릎부분을 들이받아 A를 도로에 넘어뜨렸다. 한편 피고인은 본건 범행당시 연령이 35세에 달한 자로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차량조수로 출발하여 1977년부터는 사고당시까지 15년 이상을 차량운전사로 종사하여 왔다.

 

1. 사건에서 1심과 2, 원심의 판결내용은 어떠한가?

원심은 피고인 P가 택시운전사로서 판시 일시에 택시를 운전하고 대천시 대천동 소재 경남 사거리 교차로에 이르렀을 때 학생들의 학교주변 정화의 날 가두 캠페인행사로 정복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대천경찰서 경비과 교통계 소속 의무경찰 A가 대천역 방면으로 직진하려는 피고인 운전의 택시를 발견하고 수신호로 직진금지 및 좌회전지시를 하자, 위 김수호 앞 약 30센티미터 가까이 택시를 세우고 동인에게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잠깐 직진하겠다”고 항의하여 A가 위 행사로 인하여 직진이 불가함을 설명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위험한 물건인 위 택시를 좌회전하면서 우측 앞 범퍼부분으로 A의 우측 무릎부분을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뜨려 A의 직무집행업무를 방해하고, 위 폭행으로 A를 전치 약 5일간의 우슬관절부 경도좌상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 P가 위와 같이 택시를 운전하여 좌회전하다가 그 우측 앞 범퍼부분으로 A의 우측 무릎부분을 들이받아 A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은 인정되나, 거시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A가 수신호로 직진금지 및 좌회전지시를 하자 약7미터 후방에 일단 멈추어 서서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잠깐 직진하겠다”고 말한 다음 택시를 운전하여 앞쪽으로 나왔으나, A가 계속 직진금지 및 좌회전하라는 수신호를 보내므로 더 이상 항의하지 아니하고 A의 지시에 따라 좌회전하는 순간, 택시 우측 앞 범퍼의 모서리 끝부분으로 A의 우측 무릎부분을 가볍게 충격한 사실, 이 사건 당시 A로부터 약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동료의경 역시 정복을 입고 A와 함께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던 사실이 각 인정되는 바, 위와 같이 피고인 P가 A를 충격하기 전 및 후에도 A와 심하게 싸우거나 언쟁을 하는 등 다툼이 전혀 없었고, 피고인이 끝까지 직진하려 한 것이 아니라 결국 A의 수신호에 따라서 좌회전하다가 A를 충격하게 되었으며, 택시의 충격부분이 그 우측 앞 범퍼의 모서리 끝부분이었고, 아울러 그 충격의 강도가 약했기 때문에 A가 우측 슬관절 부위에 경도의 좌상을 입는 정도로 피해가 가벼웠던 점 등 이 사건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P가 A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게 한 것은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경솔하게 위 택시를 운전하여 좌회전한 운전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일 뿐 피고인에게 공무집행방해의 범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2. 형사사건에서 犯意 또는 고의의 내용은 무엇이며 고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의는 고의범구성요건요소 가운데 '주관적'요소의 하나이다. 한국의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범죄에는 고의가 있어야 처벌하고 고의가 없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하되, 다만 예외적으로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을 때에만 처벌할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여기서,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에 대한 인식”이란 형법 각 본 조에 규정되어 있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데, ‘인식’에 대하여는 해석상 학설의 대립이 있다.
즉 인식만으로 족하다는 인식설,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認容)하여야 한다는 인용설, 인식이나 인용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과발생을 의욕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사설 등이 있다.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되 그렇다고 의욕하는 의사까지는 불필요하며 인용하는 심리상태면 족하다는 인용설이 통설이다.

인용설에 의하면 인식 있는 과실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의 구별은 다음과 같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또 이를 인용하는 것을 말하며 조건고의(條件附 故意)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엽총으로 조류를 쏘는 경우에 자칫하면 주위의 사람에게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발포하였는데, 역시 사람에게 맞아 사망하였을 경우에 미필적 고의(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 이를 고의범이라 하여 살인죄로 물을 것인가, 아니면 과실치사죄(過失致死罪)로 취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는 대단히 미묘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분명히 살인의 고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맞더라도 할 수 없다고 하는 태도는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보통의 고의범으로 취급된다. 「어쩌면 하는 고의」라고는 하는 정도의 고의, 즉「미필의 고의」로서 취급된다. 이에 반하여 조류를 쏜 경우 주의에 사람이 있음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자기의 솜씨라든가 행운같은 것을 믿고 결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발포한 경우에는 만일 사람에게 맞아 그 사람이 사망하여도 그는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부정하고 한 것이므로 그 부주의의 점만 과실치사죄로서 다루어지는데 불과하다. 이것을 인식있는 과실이라 하고「미필의 고의」와 미묘한 일선에서 구별된다. 즉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은 다같이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미필적 고의는 그 가능성을 긍정하고 있는 점에서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부정한 인식 있는 과실과 구별되는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상대방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그 인식은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그 직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범의는 피고인이 이를 자백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입증함에 있어서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나, 그때에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할 것이다.

3. P에게 고의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의사설에 따르면 의욕(의지적 요소)이 고의의 본질이므로 인식 이외에 의욕이라는 주관적 태도가 추가적으로 있어야 고의가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형법 제13조의 해석론상 고의가 인정되려면 구성요건실현에 대한 인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성요건실현에 대한 의욕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대법원의 판례의 견해도 이와 같다.

이에 피고인 P의 연령 및 경력 등에 비추어 자동차 운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음에도 택시를 갑자기 좌회전하여 A를 다치게 한 점은 구성요건실현에 대한 의욕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는 P에게 고의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된다.

 

문제  P에게 공무집행방해의 죄가 인정되는가?

이 사건의 경위는 의무경찰인 A가 판시 일시 및 장소에서 학생들의 가두 캠페인의 행사관계로 교통통제업무를 수행하던 중 직진하여 오는 피고인 P의 택시를 발견하고 피고인에게 약 7미터 전방에서 직진할 수 없음을 고지하고 좌회전할 것을 지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이 그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고 신경질을 내면서 계속 직진하여 와서 위 택시를 세우고는 다시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잠깐 직진하겠다”고 항의하므로, A가 택시의 진행을 막기 위하여 택시 약 30센티미터 전방에 서서 행사관계로 직진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신경질적으로 갑자기 좌회전하는 바람에 우측 앞 범퍼부분으로 A의 우측 무릎부분을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뜨렸다는 것이고, 한편 피고인 P는 본 건 범행 당시 연령이 35세에 달한 자로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차량조수로 출발하여 1977년부터는 사고 당시까지 15년 이상을 차량운전사로 종사하여 왔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이 사건의 경위, 사고 당시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및 경력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택시의 회전 반경등 자동차의 운전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피고인에게는, 사고 당시 최소한 택시를 일단 후진하였다가 안전하게 진행하거나 A로 하여금 안전하게 비켜서도록 한 다음 진행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좌회전하는 경우 그로부터 불과 30센티미터 앞에서 서 있던 A를 충격하리라는 사실을 쉽게 알고도 이러한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경험칙상 당연하다 할 것이며, 사건 직후 A와 피고인이 다투지 아니하였고, 종국에는 A의 지시에 따랐으며 그 피해가 가벼웠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범의를 부인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제1심 판결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설시 피고인의 고의의 점에 관하여 그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음은 공무집행방해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경험법칙을 무시한 채증법칙 위배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범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하겠다.

따라서 피고인 P에게는 미필적 고의로 인한 공무집행방해의 죄책이 인정된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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