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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소송법(상 소) / 증거의 신규성, 증거의 명백성 -

따뜻한 콧물 2020. 11. 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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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 과제 ] 대법원 2009.7.16. 2005472 전원합의체 결정

D 가정집에 침입해 흉기로 여성을 위협한 강간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법원은 D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다른 증거들과 함께 사건 범인이 무정자증임을 증거로 하였다.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D 정액검사를 했고, 결과 D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D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다.

재심청구사건을 담당한 법원(원심) 재심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D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D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액검사결과는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없었던 증거라고 없어 재심사유 중의 ‘새로운 증거’라고 없다. 둘째, D 무정자증이라는 것이 다른 유죄의 증거들에 비해 객관적 우위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기존의 유죄증거와 종합해서 판단할 무정자증이라는 사실이 D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 없으므로 재심사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 원심의 결정 사유는 적법한가?

 

형사소송법 제420 제5재심사유의 하나로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심사유 가운데에서도 판결확정 후 새로운 증거의 출현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신규형 재심사유로서, 첫째로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을 것’(증거의 신규성)과 둘째로 새로 발견된 증거가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할 것’(증거의 명백성) 등을 그 요건으로 한다.
이 사건 조항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이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또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이 사건 조항에서의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것인바,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원심은, 재심대상사건 기록상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한 법원은 재항고인 D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사건 범인이 무정자증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후에 이루어진 D에 대한 정액검사결과 D는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D의 주장에 대하여, 위 정액검사결과는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결정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첫째 무죄를 인정할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먼저 D가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증거가 재심대상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살핀 다음, 그 당시 D가 그러한 증거를 발견하여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인정될 때 이를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되는 신규성 있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바, 위 정액검사결과가 그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증거의 신규성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그 발견 여부 및 제출하지 못한 데 대한 D의 고의·과실 여부 등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둘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중에서 위 정액검사결과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증거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원심이 그러한 증거들을 제쳐 두고 위 정액검사결과의 증거가치만을 기준으로 증거의 명백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D가 재심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증거, 즉 자신이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위 정액검사결과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는 증거로는 재심대상사건 기록상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기초가 된 증거들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와 검찰주사의 수사보고 등이 있는바, 위 감정의뢰회보의 내용은 피해자의 체내에서 채취한 가검물에서 정액 양성반응이 나타났을 뿐 정자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위 수사보고는 이러한 감정의뢰회보에 비추어 범인은 무정자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인데, 위 감정의뢰회보의 내용과 같이 정액 양성반응이 있으나 정자가 검출되지 않은 이유에는 무정자증 이외에도 채취한 가검물의 상태나 그 보존 과정 등에서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정자가 소실되는 등의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 감정의뢰회보만으로 범인이 반드시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로서 단순히 추측하는 내용에 불과한 위 수사보고 역시 별다른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 D가 무정자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에 불과한 위 정액검사결과는 위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증거가치를 가지지 못하므로, 결국 이 사건에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D에 대한 위 검사결과가 형사소송법 제420 제5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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