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분야

- 형사소송법(살인죄, 공동정범, 살인방조죄)

따뜻한 콧물 2020. 11. 18. 08:09
반응형

대법원 2004.6.24. 2002995 판결

 

I. 서 론 (문제의 제기)

 

본 사안은 피해자 V가 경막 외 출혈상을 입고 피고인들은 포함한 의료진에 의하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뇌 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호흡보조장치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던 중, V를 퇴원시키면 호흡정지로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V의 처 D4가 주치의인 D2에게 퇴원을 요청하여 상사인 D1의 지시 하에 D4가 퇴원수속을 하였고, D3은 D2의 지시하에 V를 집까지 호송한 후에 D4의 동의를 받아 V에게 부착된 인공호흡 보조장치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해 감으로써 V를 호흡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D1과 D2에 대해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고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공소장 변경 없이 이들을 살인방조의 죄로 처단한 사례이다.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의 인정 기준과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을 알아보고, 보호자의 간청에 따라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 대하여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에게 살인방조죄가 성립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된다고 하겠다.

이른바 부진정부작위범에 있어서 부작위범의 보충성과 정범의 실행행위 착수 이전의 방조행위와 종범의 성부,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 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봄으로써 위와 같은 법원의 조치가 위법한 것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II. 본 론

 

1)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의 인정 기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하여 기재한 문언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압수 · 수색영장에서 압수할 물건을 ‘압수장소에 보관중인 물건’이라고 기재하고 있는 것을 ‘압수장소에 현존하는 물건’으로 해석할 수 없다.

압수 · 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는바(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 현장에서 압수 · 수색을 당하는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 사람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사기관이 압수 · 수색에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한편,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법원이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같은 취지에서, 수사기관이 이 사건 압수 · 수색에 착수하면서 이 사건 사무실에 있던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B에게 압수 · 수색영장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뒤 그 사무실로 이 사건 압수물을 들고 온 경기도지사 비서관 C로부터 이를 압수하면서 따로 압수 · 수색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이상, 위 압수절차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르지 않은 것이고, C에 대한 압수 · 수색영장 제시 여부에 관한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법원은 검사의 일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며 이에 증거 신청 채택 여부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은 없다.

 

2) 압수물의 증거 능력

공무원인 수사기관이 작성하여 피압수자 등에게 교부해야 하는 압수물 목록에는 작성연월일이 기재되고(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그 내용도 사실에 부합하여야 한다. 또,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물에 대한 환부·가환부신청을 하거나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취지에서, 작성월일을 누락한 채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작성하여 압수·수색이 종료된 지 5개월이나 지난 뒤에 이 사건 압수물 목록을 교부한 행위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른 압수물 목록 작성·교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 측에서 검사가 실시한 압수 · 수색에 의해 수집한 증거물이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된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 · 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에 항소를 제기한다.

 

문2] 위 사안에서 C는 이 사건 압수물을 제출하라고 할 때 거절하였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는 C가 거절한 사실이 없으며 제출하라는 요구에 순순히 응하였다고 하면서, 이는 임의제출에 해당하므로 영장주의에 위반하지 않는 적법한 압수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검사의 주장은 타당한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법절차의 요청과 실체적 진실규명의 요청을 조화시키는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자칫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 사법의 또 다른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법원이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하고,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III. 결 론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이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나아가, 법원이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사가 입증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13조 제1항은 위 조항에서 정한 서류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 또는 증명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여기서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서류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그대로 또는 작성자가 작성한 그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므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위 서류에 대하여 그 서류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그대로 또는 작성자가 작성한 그대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압수물을 원진술자 C는 애초에 제출을 거절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압수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법원이 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검사의 주장을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범위나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반응형